지난 번의 비스타 서비스팩1 RC 관련 글에서 다루었던 해적판에 대한 MS의 정책 변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번 비스타 서비스팩1에서 성능 향상이 핵심적이긴 하지만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하는 WGA(Windows Genuine Advantage)프로그램 적용에 관련한 내용이 인상적으로 와닿았거든요.

BitLocker

보안 온라인 키 백업(BitLocker; 비트라커) 아이콘



마이크로소프트(MS)가 3일(미국시간) 윈도우 비스타의 해적판 비율이 윈도우 XP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을 "해적들도 비스타보다는 XP를 2대 1 정도로 더 좋아한다"라고 빈정대고 싶었지만 그건 공정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해적판이 줄어든 것은 대체로 비스타가 XP에 비해 위조하기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3일의 인터뷰에서 MS의 마이크 시버트 부사장은 "해적판 발생률이 더 낮은 것은 (복제하기) 더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적들도~"부분에서 살짝 눈고리가 올라가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쩝, 정말 그럴 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비스타가 윈도우 XP에 비해 위조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점과 관련된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시스템 수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볼륨 라이선스 키를 더 이상 기업체에 제공하지 않는다.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하게 활성화되지 않은 비스타 시스템은 일단 "기능 제한 모드"로 들어가면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MS가 얻은 이득은 상당했다. 가장 최근의 수익 보고에서 MS는 윈도우 사업이 5% 성장한 것은 해적판 감소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스타의 정품 인증이 이전 윈도우 XP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여러 모로 궁리한 효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정품 인증을 복잡한 방법으로 속여서 사용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말이죠.

Logon

Early logon screen design for Windows Vista. Pre-production visualization. '04



하지만, 재미있게도 MS는 비스타 해적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별로 괴롭히지 않고 있다. 서비스 팩 1에서 MS는 기능 제한 모드를 없애는 대신 정품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시스템에 그 사실을 뚜렷한 메시지로 표시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이것이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입니다. 아래의 기사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군요. 하지만, 왜 갑자기 불법 사용자들을 배려(?)하는 듯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일까요?

5일 BBC는 MS가 내년 초 비스타의 첫 번째 업데이트 패치인 서비스팩1(SP1)을 내놓으면서 함께 선보이기로 했던 WGA(Windows Genuine Advantage) 프로그램 내 사용제한 모드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WGA란 MS가 2006년부터 도입한 정품 인증 프로그램으로 윈도 사용자들은 제품 키 인증 프로그램을 설치해 MS로부터 정품임을 확인받아야 향후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MS는 또 내년부터는 비스타 사용자들에게 WGA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하고 정품 인증을 받지 않은 경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모드를 추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사용제한 모드는 핵무기의 원격 전원차단 기술을 가리키는 ‘킬 스위치(Kill Switch)’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도입 전부터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미 MS는 WGA와 관련, 미국 여러 주에서 스파이웨어(사용자 모르게 PC에 숨겨진 프로그램)법을 위반했다는 집단 소송에 연루됐으며 에러로 인한 정품 사용자의 피해 주장도 잇따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하, WGA 프로그램 내의 사용제한 모드에 대해서 많은 문제점 제기에 따른 것이었군요. 해적판에 대한 이러한 조치가 '킬 스위치'라고 불릴 정도였으면 얼마나 반감을 사고 있었는지 알 만도 합니다. ^^;

송윤섭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은 “PC에 탑재된 해적판 비스타를 모르고 사용한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사용제한 모드 도입 계획을 철회하게 됐다”며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윈도 사용 환경이 이전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내년부터는 복제품에 SP1을 설치하면 부팅 시 시스템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경고 메시지가 나온다. 바탕화면 배경이 흰색으로 바뀌고 시스템이 정품이 아니라는 통지 메시지가 오른쪽 하단 모서리에 표시된다. 또 ‘지금 활성화’와 ‘나중에 활성화’ 두 개의 아이콘이 화면에 나타나는데 ‘지금 활성화’를 누르면 정품을 구입할 수 있다.

좋은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혹시라도 무심결에 해적판 윈도우 비스타를 사용하게 되더라도 그 타격은 최소화 될 겁니다.

biz_cards
Pre-production visualization for "Contacts" Icon in Microsoft's Vista UI. © Microsoft '06

하지만 필자는 이 변화로 인해 비스타 해적판 비율이 다시 올라가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 본다. 사실, 보기 싫은 메시지가 표시되어 있다고 해서 공짜로 구한 비스타 복사본을 사용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비스타에서는 그것을 선택조차도 할 수 없다.

비스타 불법판 사용자나 라이센스 인증을 마치지 않은 이용자라도 몇 가지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시스템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고만 표시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런 정책은 본 취지가 좋긴 하지만, 불법 사용자의 증가라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비스타를 널리 쓰게 하겠다(불법 사용자까지 아울러서)는 MS의 홍보 전략이 숨어 있는지도 모르지요.

다만, 이번 SP1의 변경 사항에 의해서 현재 불법복제 방식에 사용되는 2가지 방법은 봉쇄될 것으로 보인다. 이 2가지 방식은 시스템 파일과 메인보드의 BIOS를 변경해 PC의 개수에 상관없이 라이센스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용 제품 인증을 모방하는 것과 라이센스 인증 유예기간을 악용 해 유예기간을 계속 리셋하는 방법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이러한 판단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윈도우 비스타
해적판의 구동 방식을 봉쇄할 것이라고 하는군요.(이것마저도 뚫으려는 분들이 계실것은 뻔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이정도로만 하겠습니다. 여러분, 행복한 연말 되시길 빌겠습니다!

- 해군병장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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