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누, 시즈위밴지를 만나다는 조용한 음악이 흘러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외주 노동자들의 삶은 우리와 그리 멀리 있지 않지만, 내 마음 속에선 멀고도 먼 사람들이었다. 연극에서는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인 미누가 한국 여성과 교제를 하고 있으면서도 장인 될 사람(?)의 승낙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내용으로부터 시작해서, 극중 배경이 되는 사진관의 주인(미누와 절친하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주 노동자의 삶을 말하고 있다.
이 연극이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된 것은, 연극 속에 또 하나의 연극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미누는 사진관 아저씨와 연극을 보러 간다. 그 연극에서는 시즈위 밴지라는 남아공의 흑인이 백인들에 의해 갖은 차별을 받으며 제한된 공간에서 지내고 있었다. 뒤를 봐 주는 백인도 없어서 구직 활동도 할 수 없는 반쪽짜리 가장. 그는 자신의 친구와 술자리에서 신세를 잠시 잊고 있었다.
밴지와 친구는 헤어지는 길에 발견한 어떤 시신에서 나온 신분증과 시즈위 밴지의 힘 없는 신분증을 바꾸려는 생각을 한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들의 한 섞인 목소리를 듣다 보니 이 연극이 주는 교훈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와 같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2중 연극을 보는 느낌이 정말 신선하고, 안타깝게 다가왔다.
신분증을 바꾼 순간 시즈위 밴지는 죽고 그 시신의 삶과 뒤바뀌게 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이 부분에서 두 배우의 연기가 절정에 달했는데, 처자식이 있는 한 가장이 자신의 삶보다 가족을 위해 비뚤어진 선택을 하게 만든 사회 제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해도 졸업 이후의 진로를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찾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이야길 들으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극 중에 일본에 일하러 갔던 부친의 강제 방출 이야기가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미누는 사진관 아저씨와 그 연극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네팔로 강제 출국 당하는데, 그는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의 PD를 하고 있았다고 한다.
작년에 이주 노동자를 위한 성금을 낸 적이 있는데, 최근에 그곳에서 자그마한 달력이 하나 왔다. 지금은 책상 서랍 속 구석에 숨겨져 있지만, 언젠가 책상의 정리와 함께 프린터 앞으로 꺼내 놓고 싶어졌다.
이처럼 어렵게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한 번 바라보며 그들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
재미있는 연극을 관람할 기회를 얻어서 좋았다. 나는 영화를 자주 보는데, 할리웃 스타일의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영화만 보다가, 이같이 정적이고 차분한 전개를 보이는 연극을 보니 마음에 깊이 남는 것 같다. 미누를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이 내 친구와 흡사하게 생겨서 그런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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